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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유 공화국 산마리노(San Marino)작은 나라 이야기 2021. 11. 14. 09:00728x90반응형
1862년 최고위원회(Supreme Council)이 현재의 국기를 채텍했다. 프랑스 혁명기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유 공화국 산마리노
경기도 안양시 크기의 내륙국
산마리노는 이탈리아 반도에 있는 내륙국이다. 정식국호는 산마리노 공화국(Serenissima Repubblica di San Marino)이다. 면적 61.2㎢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작은 나라다. 경기도 안양시(면적 58.46㎢)와 비슷한 크기다. 하지만, 인구수는 2020년 기준 3만 4,000명에 불과하여 인구밀도가 낮은 편이다. 모나코 공국과는 달리 바다에 접하지 않으므로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가지지 않는다.
산마리노 초기 공동체가 태어난 티타노 산. 유네스코는 티타노 산 전역을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30년 거주해야 귀화 자격 생겨
산마리노의 시민권은 취득하기에 꽤 까다롭다. 혈통주의(jus sanguinis)를 원칙으로 하는데, 출생 당시에 부모 모두 산마리노 시민권자여야만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 산마리노에 오래 거주한 외국인이 귀화 절차를 거쳐 시민권을 취득하는 길도 있지만, 최소 30년을 거주해야 귀화 자격이 생긴다. 또한, 산마리노 정부는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국민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산마리노 국적을 자동으로 상실하게 되며, 외국인이 귀화 절차를 밟아 산마리노 국적을 얻으려면 원국적을 포기하여야 한다.
산마리노 영토에는 국제공항이 없어서, 이탈리아 쪽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야만 방문할 수 있다. 국경은 별도의 출입국 절차 없이 개방되고 있다.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관광 목적 체류라면 산마리노에 90일간 무비자로 있을 수 있다. 2000년 9월 25일 대한민국과 수교했으며, 주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가 산마리노 집정관에게 신임장을 제정(提呈)하여 대사직을 겸임한다. 반면, 산마리노 측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자국 외교 사절을 파견하지 않고 명예총영사를 임명해오고 있다.
주인도네시아 산마리노 대사관 교도소엔 재소자 달랑 1명
산마리노는 범죄 발생률이 매우 낮은 나라로 손꼽힌다. 산마리노의 교정 시설은 수용자 거실(居室) 8실을 갖춘 교도소 1개소에 불과하다. 2012년에는 가정 폭력 범죄로 징역 8개월 형을 선고받고 수용된 남성 재소자 한 명만 남기도 했다. 당시 해당 재소자는 교도소 근처 레스토랑에서 음식물을 공급받고, 교도소 내부 도서관에서 마음껏 책을 읽고, TV를 시청하고, 헬스장을 이용하는 등 제법 안락한 수형(受刑) 생활을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현재는 이탈리아와의 협정에 따라 산마리노에서 징역형·금고형 등 자유형(自由刑)이 확정된 기결수 대부분은 이탈리아 교소도에서 복역한다.
산마리노에는 정규군은 없고 경찰조직인 국가헌병대(Gendarmeria), 국경수비대(Guardia di Rocca), 민사 경찰(Polizia Civile)이 국내 치안 확보 및 질서 유지 기능을 나누어 담당한다. 특히, 국가헌병대는 마약, 테러리즘, 사이버 범죄 등 다양한 강력 범죄 수사를 책임지고, 교도소의 교정 업무까지 관장한다. 민사 경찰은 도로교통정리,, 징세, 기타 범죄 수사 및 소방(消防) 업무를 맡는다.
산마리노군 의장대 사열 모습. 산마리노에는 정규군이 없고, 대내외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의장대 역할을 도맡는 자원 부대(Corpi Militari Voluntar)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
산마리노는 오랜 세월에 걸쳐 역사적으로 응고(凝固)한 안정적인 공동체다. 달마티아(Dalmatia)에서 건너온 성자(聖者) 마리노(Marino)가 티타노(Titano) 산에 도착해 속세와 연을 끊고 수행하는 은수(隱修)에 들어가자, 주변에서는 그의 카리스마에 이끌려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이것이 산마리노 초기 공동체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산마리노 사람들은 13세기 말에 이미 독자적인 법령과 사법 기관을 발전시키며, 이탈리아 반도 내의 다른 정치적 실체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다.
산마리노의 공화정(共和政) 역사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의회제 정체(政體)를 규정한 산마리노 헌법의 기원은 16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마리노 의회(Great and General Council)는 로마 공화정 시대 집정관(執政官) 제도를 계승하여 두 명의 집정관(capitani reggenti)을 6개월 단위로 선출한다. 집정관 2인이 국가원수로서 10명의 각료로 구성된 정부(Congress of State)와 함께 행정권을 행사한다. 집정관은 연임할 수 없으며, 임기 종료 후 3년이 지나야 재선될 수 있다.
2008년 7월 7일 유네스코(UNESCO)는 산마리노가 세계에서 가장 오랜 공화국이자 이탈리아 반도에 유일하게 남은 도시 국가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여, 산마리노의 성채와 티타노 산을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가리발디 광장(Piazza Garibaldi). 이탈리아의 급진적 자유주의 투사였던 주세페 가리발디는 로마공화국이 프랑스군의 공격에 무너지자 산마리노로 피신했다. 위난(危難)에 빠진 가리발디에 손 내밀어
산마리노가 위치한 이탈리아반도에는 오늘날처럼 단일 국가가 없었다. 프랑스·오스트리아·스페인 등 외세가 이탈리아 지역에 걸린 자국 이해(利害)를 빌미로 끊임없이 개입했다. 그러나, 나폴레옹 전쟁이 전 유럽에 불러일으킨 민족주의·자유주의 바람은 마침내 이탈리아 정치가와 지식인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이들은 이탈리아 땅에서 반동적인 외세를 몰아내고 입헌주의(立憲主義) 민족 국가를 수립하고자는 투쟁을 전개했다.
1860년대 이탈리아 통일 과정에서 교황령(Papal States)·나폴리 왕국(Kingdom of Naples)·투스카니 대공국(Grand Duchy of Tuscany)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가 사르데냐(Sardinia) 왕국 주도로 통일에 나선 이탈리아 왕국에 통합되고 만다. 하지만, 산마리노는 이탈리아 민족 지도자로서 추앙받았던 주세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와의 굳건한 우정 덕분에 주권을 지키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1849년 교황을 쫓아내고 로마를 일시 점령했던 가리발디가 교황을 구원하러 온 프랑스군과 오스트리아군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는데, 중립국이었던 산마리노는 가리발디와 그를 따르던 무리 1,500명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
오스트리아는 당연히 산마리노가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비난하고, 산마리노 영토를 침범하여 민가까지 덮쳐 가며 가리발디 병졸들의 신병 확보를 위한 수색에 나선다. 오스트리아의 응징에 직면한 산마리노는 피해가 적지 않았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탈리아 반군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 마침내 1861년 3월 이탈리아 왕국 선포 이후 가리발디는 “나는 고결한 산마리노 공화국 시민임이 자랑스럽다”라고 선언하며, 자신이 죽을 고비에 처해있을 때 도와준 친구 산마리노인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았다. 1862년 이탈리아 왕국과 산마리노는 상호 간에 주권 독립 국가임을 승인하는 조약을 체결한다. 독립 국가로서의 산마리노의 지위가 대외적으로 확정되는 순간이다.
산마리노는 1923~1943년 20년 동안 파시스트당의 일당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파시즘이 득세했던 어두운 과거
산마리노는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득세하던 시기에 산마리노 파시스트당(Sammarinese Fascist Party, 1923~1943)의 지배하에 놓이는 어두운 역사를 경험하기도 한다. 줄리아노 고지(Giuliano Gozi) 당수(黨首)가 집정관에 오르고, 파시스트당 외 모든 정당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독재를 펼쳤다. 산마리노 의회는 수정 헌법인 1974년 7월 17일 시민권리선언(Declaration of Citizens’ Rights and of fundamental principles of the San Marinese legal order) 전문(前文)에 ‘파시즘과 모든 형태의 전체주의에의 반대’를 명문화했다. 또한, 시민권리선언 제1조는 국제법의 일반원칙을 국내 법질서 일부로서 수용한다고 규정한다.
작성: 2021년 11월 13일
최종수정: 2021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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