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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작은 왕국 모나코 공국, 강대국들의 체스판 유럽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작은 나라 이야기 2021. 11. 9. 08:17728x90반응형
모나코 헌법 제7조는 국적기의 색상과 형태를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크기의 나라
모나코는 프랑스 남부 지방 지중해 연안에 있는 작은 나라다. 면적은 2.2㎢로 바티칸 시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국가다.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면적(1.9㎢)과 비슷하다. 모나코의 국토는 큰 나라인 프랑스에 둘러싸였지만, 로마 시내 한복판에 있는 바티칸 시국과는 달리 바다와 접하고 있다. 연안국(沿岸國)으로서 당연히 영해(領海)를 보유하며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 선포했다.
모나코 공국의 1인당 GDP는 2019년 기준 19만 512달러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왕국
정식 국호는 모나코 공국(Principality of Monaco)이고, 모나코 대공(大公)이 군주이자 국가원수로서 군림하는 입헌군주제 국가다. 1962년 모나코 공국 헌법에 따라 대공은 입법권을 국회(Conseil national)와 나눠 갖게 되었지만, 국회 발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적지 않은 권한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바티칸 시국은 세속적인 왕국(王國)이 아니니까, 모나코가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작은 ‘미니 왕국’이라고 볼 수 있다.
모나코 공국은 결혼을 통한 귀화 요건이 까다로운 국가다 시민권자 증가 억제
인구수는 2020년 기준 약 3만 8,000명인데, 모나코 시민권을 가진 사람 수는 9,573명에 불과하다. 프랑스 국민 9,286명, 이탈리아 국민 8,172명이 모나코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모나코 시민권자 가운데 62.9%가 모나코 내에서 출생했고, 26.5%는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모나코의 시민권은 양계(兩界) 혈통주의(jus sanguinis)에 입각하여 주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출생 당시에 부(父) 또는 모(母)가 모나코 시민권자라면 즉시 모나코 시민권을 얻는다. 단지 모나코에서 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국적 취득 요건이 갖춰지지 않는다. 혼인을 통해서도 모나코 시민권을 얻을 수 있지만,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야 시민권 취득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모나코 정부는 이 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지난 70년간 모나코 시민권자가 3배나 증가했다. 그래서 귀화를 통해 후천적으로 시민권 취득에 나서는 사람 수를 정부가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모나코 정부는 비좁은 땅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거주할 경우 국민의 복지와 전반적인 삶의 질이 저하될 것을 우려한다. 적정 수준 이상으로 인구수를 늘리지 않으려 한다. 한편, 모나코는 우리나라처럼 단일 국적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외국인이 모나코 시민권을 취득하려면 원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모나코 공국은 소득세 없는 나라로 유명하다 “우린 세금 안 낸다” 조세 정책 놓고 프랑스와 갈등
모나코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들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그리고, 모나코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도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기업들이 모나코에 유령회사(paper company)를 차려놓고 조세를 회피하기도 한다. 영주권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1년에 3개월 이상 모나코에 거주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덕분에 재산이 많은 ‘슈퍼 리치’ 프랑스 국민과 기업이 조세 회피처인 모나코로 넘어가는 일이 빈번해졌고, 프랑스 정부가 모나코의 조세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게 된다. 결국, 모나코는 세금 문제를 놓고 1962년에 프랑스와 극심한 외교 분쟁에 휘말리고 만다.
강골(强骨)로 유명했던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프랑스 대통령은 모나코를 봉쇄해 질식시켜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모나코 국민은 전적으로 프랑스 국경을 통해 생필품과 식량을 공급받는다. 봉쇄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다. 모나코 정부는 자국 내 체류 기간이 5년 미만인 프랑스 국민은 프랑스 국내 세율대로 과세하고, 모나코에서 설립된 기업이라 하더라도 매출의 2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면 기업 소득세(Business Profit Tax)를 과세하도록 하여 타협점을 찾았다. 그리고 프랑스와 관세 동맹(customs union)을 체결하고, 프랑스 관세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덕분에 모나코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니지만 EU관세지역(European Customs Territory)에 사실상 통합됐다.
하지만, 조세 문제는 작고 조용한 나라 모나코가 끊임없이 언론 보도를 타게 만들었는데, 200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모나코를 ‘비협조적 조세 회피처(uncooperative tax haven)’ 명단에 집어넣기도 했다. 모나코는 OECD가 제시한 조세 투명성 기준을 충족시키려 애쓴 끝에 2009년 블랙리스트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모나코 공국에 입국하려면 프랑스와의 국경을 통과해야 한다 비자 신청·발급 사무는 프랑스 대사관에 이관(移管)
모나코는 1963년 별도의 비자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해당 사무를 프랑스 측에 넘기기로 했는데, 이는 조세 문제를 놓고 프랑스와 벌였던 분쟁을 해소하는 과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양국이 체결한 프랑스-모나코 근린합의(Franco-Monegasque Neighborhood Agreement)에 따르면, 프랑스와 모나코 국민은 양국 국경을 자유 왕래할 수 있고, 외국인의 모나코 출입국 및 체류에도 프랑스의 출입국 관련 법률이 의용(依用)된다.
또한, 외국인이 모나코에서 일시 체류하더라도 프랑스에서 출국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아, 프랑스 체류 일수에 그대로 산입(算入)된다. 프랑스와 모나코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무비자 체류 허가 기간을 갱신하려는 꼼수인 ‘비자 런(visa-run)’은 불가능하다. 장기 체류 목적으로 모나코 비자를 신청하려면, 본인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국가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을 통해서 신청해야 한다.
1860년 사르데냐 왕국이 니스 공국을 프랑스에 할양하면서 모나코는 프랑스 영토에 둘러싸이게 됐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1297년 제노바의 유력 가문인 그리말디(Grimaldi) 가문이 자그마한 땅을 점거하여 영유지(領有地)로 삼은 것이 모나코가 유럽 대륙에서 독립된 실체로서 출발하는 기원이 됐다. 그리말디 가문은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아야만 했는데, 1489년 프랑스 왕 샤를 7세(Charles VII)와 이탈리아 지역의 사보이 공국(Duchy of Savoy)으로부터 모나코 공국 독립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1642년 프랑스의 루이 13세로부터 공작(公爵) 작위를 하사받아 프랑스 왕의 봉신(封臣)이 되어 지위를 강화했다.
그리말디 가문은 나폴레옹 전쟁 중에 프랑스군에 의해 모나코에서 쫓겨나기도 했지만, 나폴레옹이 패망하고 나서 모나코의 정통(正統) 지배자로서 지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1815년 유럽 대륙의 정치 질서를 ‘1792년 전쟁 이전의 현상유지(status quo ante bellum)’로 되돌리는 것을 전제로 한 빈체제(Vienna System)가 성립한 덕분이다. 그 대신 모나코는 새롭게 강화된 사르데냐-피에몬테(Sardinia-Piedmont) 왕국의 보호령으로서 존속하게 됐다.
1860년 사르데냐 왕국이 프랑스와 토리노 조약(Treaty of Turin)을 맺고 모나코가 위치한 니스(Nice) 지역을 프랑스에 할양(割讓)하는데, 이때부터 모나코는 지금의 모습처럼 프랑스 영토에 갇히는 꼴이 됐다. 그리고, 모나코는 당시 영토의 95%를 차지했던 로크부륀(Roquebrune)과 멘토네(Mentone)를 프랑스에 속절없이 넘겨줘야만 했다. 모나코는 이렇게 강자(强者)들이 세력 확대를 위해 치열하게 다투는 유럽의 체스판 위에서 독립 국가 지위만이라도 부지하는 대가로 힘센 나라의 요구에 복종해야만 했다. 그리고 지중해 해변의 리조트로 전락하는 처지를 감내하게 됐다.
이제 모나코는 국토 대부분을 상실했기에 별다른 생산 기반이 남질 않아,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카지노 경영과 관광 산업에 몰두하게 된다. 카지노 산업은 보안이 생명이다 보니, 모나코는 국토 전체를 폐쇄회로 영상(CCTV)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모나코의 국내 치안은 내무부 공공안전국(Direction de la Sûreté Publique) 산하의 직원 519명으로 구성된 모나코 경찰(Monaco Police Department)이 책임진다. 형 집행을 위한 교정 시설도 두고 있는데, 세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교도소로 손꼽힌다.
작성: 2021년 11월 8일
최종수정: 2021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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