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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노동절 맞아 최저임금 1500링깃으로 대폭 인상잡동사니 2022. 4. 30. 18:54728x90반응형
말레이시아, 총선 앞두고 최저임금 인상
말레이시아에서 병원 청소 노동자로 일하는 탕가라니 카루피아(Thangarani Karupiah)는 4년 전만 해도 900링깃(한화 약 26만 3,200원)밖에 안 되는 월급을 받았다. 그런데, 병원 바닥을 빗질하고 닦는 그의 일에는 변함이 없지만, 5월 1일부터 그의 월급은 1,500링깃(한화 약 43만 6,500원)으로 오른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20만 명의 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라바난 무루간(Saravanan Murugan) 말레이시아 인적자원부 장관은 코로나19 때문에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급여를 깎이는 등 그 누구보다 심한 피해를 겪었기에 이번 최저임금이 시의적절 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말레이시아 인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2,185링깃(한화 약 63만 8,800원)에 달했던 말레이시아 노동자의 월 중위임금(median monthly salary)은 2020년 1,984링깃(한화 약 58만 100원)으로 13%나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의 월급봉투가 얇아진 것은 사실이다. 일자리를 잃었던 노동자들은 오토바이를 끌고 음식 배달 플랫폼 기사로 일하기도 한다.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라버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행·관광·환대(hospitality) 산업처럼 코로나19 기간에 장사의 전혀 하지 못했던 업계의 반발이 가장 크다. 숨통을 조여온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서 이제 좀 살아나려는가 했는데 이번엔 최저임금 쓰나미를 맞게 됐다며 울상이다. 노르 샴시아 모흐드 유누스(Nor Shamsiah Mohd Yunus)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도 “산업별로 회복세가 고르지 않다는 점에 유의하여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해야 한다”라고 발언하며 고용주 목소리를 대변했다.
말레이시아는 2022년 3월 수출 신기록을 작성했다. 역대 최고 수준인 1,316억 링깃(한화 약 37조 9,682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무려 25.4%나 늘어났다. 무역흑자도 23개월 연속 행진이다. 전기 및 전자 제품(E&E, electrical and electronic)과 팜유, 고무 같은 원자재 수출이 잘 되면서 받은 성적표다. 수출이 잘 돼서 여유가 생긴 회사야 직원들 봉급을 올려준다고 해서 어려울 건 없지만, 2년 동안 밑 빠진 독에 물만 부었던 호텔·레스토랑 같은 경제 주체들은 그럴 형편이 못 되니 최저임금 인상에서 한시적으로나마 제외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을 산업별로 차등하여 적용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저임금을 단일화하여 인상하겠다는 정치권의 의지는 강력했다. 과거에는 도시(in areas under city councils or municipal councils)냐 농촌이냐에 따라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차등 적용됐지만, 이제는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예외 없이 무조건 1,500링깃의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그리고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2023년 1월 1일부터는 최저임금 1,500링깃이 적용된다. 말레이시아 표준직업분류(Masco, Malaysia Standard Classification of Occupations)에 따라 전문직으로 분류된 사업장은 직원 수에 상관없이 최저임금 1,500링깃 적용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용 카드로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말레이시아는 2022년 하반기에 조기 총선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여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United Malays National Organization)이 지방선거 연승의 기세를 몰아 총선에서 야당과의 의석수 격차를 더 벌려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최저임금 1,500링깃’은 야당인 희망연대(PH, Pakatan Harapan)의 작품이다. 2018년 총선 때 희망연대는 5년 안에 900링깃(한화 약 26만 3,200원)뿐이 되지 않는 최저임금을 1,500링깃(한화 약 43만 6,500원)으로 올려주겠다는 커다란 약속을 했다. 그리고는 2018년 5월 9일 총선에서 말레이시아 헌정 역사상 최초로 정권 교체를 이룬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최저임금은 2013년 1월 처음 도입되었다. 당시에 반도(Peninsular Malaysia)에는 900링깃, 보르네오(Borneo)의 사바(Sabah)와 사라왁(Sarawak), 그리고 라부안(Labuan)에는 880링깃(한화 약 25만 6,500원)의 최저임금이 지역별로 차등 적용됐다. 최저임금은 3년 동안 고정되다가 2016년 7월에 반도 기준 1,000링깃(한화 약 29만 1,100원)으로 올랐고, 다시 3년 후인 2019년 1월부터 56개 도시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1,100링깃(한화 약 32만 300원)으로 단일화됐다. 얼핏 보면 최저임금이 많이 오른 것 같지만 실은 말레이시아 노동자들이 10년을 기다린 끝에 66.7% 인상된 것에 불과하다.
출처:
Malay Mail, It’s official: Malaysia to start RM1,500 minimum wage from May 1; firms with fewer than five staff to follow in Jan 2023, 2022.04.28.
Nikkei Asia, Malaysia's 35% minimum wage hike stirs recovery concerns, 20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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