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세계에서 석탄 발전 의존 가장 높은 나라

아프리카 유일 G20 회원국 남아공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나라다. 정식 국호는 남아프리카공화국(Republic of South Africa)이다. 국토 면적은 122만㎢로 한반도의 5.5배이며, 인구는 5,900만 명(2020)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집계한 남아공의 국내총생산(GDP)은 3,020억 달러이고, 1인당 GDP는 5,090달러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대의 경제 규모를 갖고 있으며, 유일하게 G20에 참여하는 국가다.

다변화된 산업 구조 갖춘 나라
남아공은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는 달리 경공업에서 중공업까지 두루 발전한 성숙한 산업구조를 지녔다. 광산업,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산업은 남아공의 핵심 산업 분야인데, 정부는 부존량 7.7억 톤(t)으로 세계 10위인 풍부한 철광석 자원을 바탕으로 제철(製鐵) 산업(2017년 기준 전체 제조업 생산량의 18.7%, 2019년 기준 철강 생산량 570만t)을 발전시키고, 철강을 주원료로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자동차산업(2017년 기준 제조업 생산량 7.2%)까지 육성하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자동차 마스터플랜 2035(South Africa Automotive Master Plan)를 수립하는 등 자동차산업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아공은 풍부한 광물·에너지 자원을 가진 자원 대국이다. 전 세계 크롬 매장량 35.7%, 망간 30.3%, 형석 13.2%, 금 11.1%를 갖고 있다. 세계 5위의 다이아몬드 생산국이기도 하다. 그리고, 생산량 세계 7위인 석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자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에너지 생산 총량 가운데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77%를 기록하여, G20 국가 중에서 석탄을 에너지원으로써 사용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특히, 전기의 경우는 90%를 석탄으로부터 얻어낸다. 한편, 전 세계 에너지 생산량 중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다. 석탄 사용 비중이 남아공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나라는 중국(약 60%)이다.

석탄액화연료 기술 선도국
참고로, 2020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 수출국은 연간 4억 톤(t)을 수출한 인도네시아·호주다. 그 뒤를 이어 러시아가 2억t이 조금 넘는 양의 석탄을 수출했다. 남아공은 약 7,000만t을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정권이 국제사회로부터 석유 금수(oil embargo)를 당하자, 전기·석유·디젤유 등을 석탄 가공을 통한 석탄액화연료(CTL, Coal to Liquid)를 통해 만들어냈다. 이는 남아공 에너지 산업이 석탄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를 형성하는데 기여했다. 남아공의 에너지화학 기업 사솔(Sasol Limited)은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액화연료 생산자이기도 하다.
남아공 석탄 매장량의 83%를 차지하는 음푸말랑가(Mpumalanga)주에 공공 전력 회사(Eskom)가 운영하는 석탄 발전소들이 모여있다. 세쿤다(Secunda)에는 사솔이 운영하는 석탄액화연료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지역은 석탄 가루를 뒤집어쓴 것처럼 세계에서 대기 및 토양 오염이 가장 심한 곳 중 하나다.

남아공, 석탄화력 발전규모 65%로 낮춰야
2021년 11월 글래스고(Glasgow)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에서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선진국들은 남아공 정부가 석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85억 달러(한화 약 10조 1,756억 원) 규모의 공여·저리(低利) 차관 및 투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남아공 정부는 기후 변화 대처를 위한 이행 목표를 10년이나 앞당겨, 202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석탄화력 발전규모를 현재 90%에서 65%까지 낮춰야 한다.
2019년 남아공 정부가 승인한 장기 전력 수급계획인 통합전원개발계획(Integrated Resource Plan)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석탄 발전 용량 4만 메가와트(MW) 중에서 3만 5,000MW를 해체하기로 되어있다. 그리고, 2030년까지 신규 전력생산을 42.6기가와트(GW) 증설할 방침인데, 이 가운데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는 17.8GW, 원자력발전은 9.6GW를 차지하게 된다.

선거 앞두고 석탄 산업 축소는 첨예한 쟁점
하지만, 남아공 정부가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남아공에서 석탄 산업은 20만 명의 노동자를 직간접적으로 고용하는 거대 산업이다. 광업(mining) 전체로 보면 2018년 4/4분기 기준 남아공 국내총생산(GDP) 9%를 차지하고, 총 수출의 30% 이상을 담당한다.
게다가, 시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된 석탄을 국영 에너지 회사(Eskom)에 팔아서 잇속을 챙기는 정치인들과 대중영합주의자, 그리고 광업 노조가 광산 폐쇄에 반대하고 있다. Eskom은 방만한 경영과 입찰 비리의 온상이 되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세금 먹는 하마’다. 2019년 기준 Eskom은 5,000억 랜드(한화 약 40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통령은 민간 투자자들이 풍력·태양광 발전소(wind and solar farms) 등 재생 에너지 설비에 투자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혁파하려 하지만, 전직 광부(鑛夫)였던 게데 만타셰(Gwede Mantashe) 광물·에너지부 장관은 가장 강력한 석탄 옹호자로서 대통령의 개혁 추진을 방해하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전국광업노조(National Union of Mineworkers)를 이끌던 1980년대에 만타셰 장관은 에말라레니(Emalahleni) 지부장이었다.

내각제 요소가 많은 대통령 중심제
2022년 12월 아프리카국민회의(ANC, African National Congress) 전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어, 라마포사 대통령이 남은 시간 동안 만타셰 장관을 비롯한 당내 반대파들과 당권(黨權) 경쟁에 몰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타보 음베키(Thabo Mbeki), 제이콥 주마(Jacob Zuma) 전 대통령도 임기 종료 전에 당내 권력 싸움에서 밀려 당대표직을 상실한 바 있다. 남아공은 대통령 중심제 공화국이지만, 대통령은 의회에서 간접 선출된다. 각료도 대부분 의원 중에서 임명되고, 의회가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권을 보유하는 등 의회의 권한이 막강하다. 의회 선거는 정당명부제에 따른 정당별 득표율로 결정되는 비례대표제로 치러진다. 그래서 대통령이 권력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는 당권 경쟁 승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남아공에서 석탄 생산·수출을 옹호하고 재생 에너지 발전에 반대하는 광업 및 금속 노조의 노조원 수는 65만 명에 달한다. 남아공 극좌파 정당인 경제자유투사들(Economic Freedom Fighters) 소속 플로이드 시밤부(Floyd Shivambu) 의원은 “서구가 재생 에너지라는 미명으로 남아공 에너지 부문을 식민화하려 획책한다”라고 주장한다. 2024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석탄 산업 옹호 구호에 좌파가 집결하는 분위기다.
최초 작성: 2022년 2월 2일
최종 수정: 2022년 2월 2일